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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올해 1월 말 회사를 그만뒀다. 업계 안에서도 나쁘지 않은 자리였고, 커리어 관점에서도 아직 더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이는 회사였다.

좋은 연봉과 안정적인 자리. 남들이 보기에는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AI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갈수록, 이건 단순히 AI가 무서워서 퇴사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불안 속에서 바깥으로 나갔다가, 결국 자신이 오래 해온 일의 본질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왜 그 좋은 회사를 나왔을까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건 퇴사의 이유였다.

회사에서 쌓을 수 있는 것은 아직 많아 보였다. 이름 있는 회사의 이력, 높은 연봉, 업계 안에서의 신뢰, 다음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 레버리지. 밖에서 보기에는 굳이 지금 내려놓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조건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 남는 쪽을 더 위험하게 느꼈다.

Anecdote:

“좋은 회사를 나오는 결정은 보통 불확실성 때문에 어렵잖아요. 그런데 왜 반대로, 그 자리에 계속 있는 쪽이 더 불확실하다고 느꼈나요?”

Guest:

“명확히 뭘 해야겠다는 건 없었어요. 그게 사실 가장 솔직한 답이에요.

다만 이 상태로 계속 있으면 도태될 것 같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제가 안주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커리어에 남길 수 있는 건 있었어요. 좋은 회사의 이름도 있고, 연봉도 좋았고, 밖에서 보기엔 꽤 괜찮은 선택지였죠.

그런데 그 안에서 제가 진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무언가를 쌓고는 있는데, 제 다음 단계로 가는 답을 찾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저는 원래 삶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이었어요. 그게 좋은 점도 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계속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기대치가 높을수록 실망도 크고, 목표를 잘못 잡으면 금방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동안은 돈을 목표로 삼아보기도 했고,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영향력과 가치를 포함한 부자가 되는 걸 목표로 잡아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조금 더 지속 가능한 목표로 생각한 게 있었어요.

누군가의 운의 표면적을 넓혀주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은 결국 많은 부분이 운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대학을 가는 것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업이 성공하는 것도, 커리어가 열리는 것도요.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그 운을 잡을 수 있는 표면적을 넓히는 것에 가깝다고 봐요.

돌아보면 저도 지금까지 어느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운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 운은 거의 항상 사람에게서 왔어요. 조언을 준 사람도 있었고, 직접 도와준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를 소개해준 사람도 있었죠.

그럼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운의 표면적을 넓혀주는 사람이 되려면, 저도 더 높은 위치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 안에 계속 있으면 그 속도로 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 도태감은 어디서 왔을까

그 감각의 배경에는 AI가 있었다.

하지만 질문은 단순히 AI가 무서웠냐는 것이 아니었다. AI는 많은 사람에게 생산성 도구처럼 받아들여진다. 더 빨리 쓰고, 더 빨리 만들고, 더 빨리 검색하게 해주는 도구로 말이다.

그런데 그는 AI를 조금 다르게 보고 있었다. 개발을 쉽게 해주는 도구를 넘어, 인간 노동의 가격을 다시 매기는 기술처럼 보였다고 했다.

Anecdote:

“AI를 직접 쓰면서 무엇을 봤길래, 회사 안에 남아 있는 시간이 위험하게 느껴졌나요?”

Guest:

“작년 4분기부터 GPT나 Gemini를 단순히 쓰는 수준을 넘어서, 흔히 말하는 바이브 코딩을 직접 해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신기했어요. 비개발자도 제품을 만들 수 있구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비용이 이렇게 낮아지는구나. 그런 감각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AI는 개발을 쉽게 해주는 도구라기보다, 인간이 해오던 노동의 가격을 다시 매기는 기술처럼 보였어요.

100명이 필요했던 회사가 10명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세상. C레벨과 정말 소수의 탑 매니저만으로도 조직이 움직이는 구조. 그러면 나머지 90명의 자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세상이 오면 조직은 더 납작해질 거예요. 단순히 중간관리자가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가 요구하는 사람의 유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어요.

단순히 일을 잘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인재상이 필요시 되는거죠.

일반적으로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좋은 연봉을 받는 상황이면 안전한 길로 가는 게 자연스럽겠죠. 회사 안에서 더 올라가고, 더 큰 역할을 맡고, 그걸 커리어로 남기는 방식처럼요.

그런데 당시 환경에서는 새로운 조각들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커리어 관점에서 남길 수 있는 건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속도로 변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어요.

AI 세상에서 요구되는 역량들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지금 여기서는 얻을 수 없겠다 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이 없다고 느꼈어요. 성실함과 편안함에 머무르면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 같았고요.”

그에게 문제는 안정성이 아니라 속도였다. 좋은 조건이 있어도, 그 안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나온 뒤 3개월은 어땠을까

퇴사라는 선택은 멀리서 보면 용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나온 사람에게 남는 건 자유만이 아니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다. 회사라는 구조가 주던 안정감도 사라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주던 명함도 사라진다. 남는 건 시간과 선택지, 그리고 그 선택지를 감당해야 하는 자기 자신이다.

Anecdote: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 것과, 그 시간을 잘 보냈는지는 다른 문제잖아요. 지난 3~4개월은 실제로 어땠나요?”

Guest:

“선택 자체를 후회하진 않아요. 그런데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처음 2주는 정말 쉬었어요. 먹고 싶은 걸 먹고, 늦잠도 자고, 사람들도 만나고. 지난 10년 동안 그런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쉬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곧 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어요.

생산성 툴도 만들고, B2C 제품도 만들고, AI로 개발하면 뭐라도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제품을 만든 시간이라기보다,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감각에 취한 시간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바이브 코딩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비용을 낮춰줘요.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와 검증된 문제를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잖아요.

명확한 방향성이 있는 상태에서 AI를 썼다면 달랐을 거예요. 이미 검증된 문제나 뚜렷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바이브 코딩은 엄청난 무기가 됐겠죠.

그런데 저는 명확한 방향성 없이 일단 AI로 뭐라도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뭘 왜 만들어야 하는지가 흐릿한데, 구현 속도만 빨라진 거죠.

그러다 보니 여러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접는 데 리소스를 너무 많이 썼어요. AI 때문에 제품 단위의 경쟁 방식과 성장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방향성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한 거였죠.

그다음에는 AI로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 했어요. AI를 활용해서 돈을 벌어본 경험 자체가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돈을 벌고, 그 과정을 콘텐츠화하고, 그 사이클을 돌려보자는 생각이었죠.

실제로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질문이 생겼어요.

이게 지속 가능한가. 비즈니스 레벨로 스케일업이 가능한가. 플랫폼들이 이런 콘텐츠나 툴을 언제까지 허용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경험이 제가 다음 단계로 가는 데 정말 유의미한 결과물인가.”

2월과 3월 동안 그는 멈춰 있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만들고, 접고, 다시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

빨리 만들 수 있게 되자, 오히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더 흐려졌다.

왜 평소와 다르게 판단이 흐려졌을까

그는 원래 가설을 세우고, 실패하면 이유를 점검하고, 다음 가설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난 3개월은 달랐다. 계속 움직였지만, 판단은 흐려졌다. 방향을 정하는 대신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뒀고, 하나에 깊게 들어가기보다 실패했을 때 빠져나올 길을 먼저 만들었다.

Anecdote:

“평소라면 더 차분하게 판단했을 사람이, 왜 이번에는 다르게 움직였을까요? 무엇이 사고 회로를 흐리게 만들었나요?”

Guest:

“불안했어요.

저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비이성적이고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도 다르지 않았고요.

처음으로 일이 없는 시간을 맞았어요. 동시에 세상은 AI로 빠르게 바뀌고 있었고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해서 퇴사했는데, 시도한 가설은 자꾸 틀렸어요. 그 와중에 시간은 실제로 흐르고 있었고요.

시간이 흐르는 게 몸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최악의 시나리오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것들이 의미 없어지는 건 아닐까. 내가 했던 일들이 앞으로도 가치가 있을까. 나는 정말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해 나온 걸까, 아니면 전 회사에서 도망친 걸까. 그런 생각들이 계속 들었어요.

불안하니까 본능적으로 리스크를 헷징하려고 했어요.

제품을 만들면서도 이게 실패하면 어떻게 콘텐츠화할지 생각했고,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다른 프로젝트로 어떻게 연결할지 생각했어요. 하나의 방향으로 깊게 들어가기보다, 여러 갈래를 동시에 열어뒀던 거죠.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이기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덜 아프기 위한 시나리오였죠.

스포츠로 치면 우승하려고 훈련한 게 아니라, 중위권은 지키려고 경기한 느낌이었어요. 토트넘 같은 느끼이랄까요.

포식자가 되고 싶다고 회사를 나왔는데, 정작 움직임은 너무 방어적이었던 거죠.

또 하나는 셋업이었어요.

아웃풋보다 준비 과정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어요. 코드를 짜고, 툴을 붙이고,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토큰을 쓰고. 오늘도 뭘 많이 한 것 같은 감각은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밖으로 나간 건 별로 없었어요.

어느 글에서는 그런 상태를 ‘셋업 포르노’라고 부르더라고요. 준비하는 과정이 뇌를 속이는 거죠. 마치 충분히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예요.

그런데 결과물은 다르잖아요. 세상에 닿지 않은 작업은 결국 자기 위안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어쩌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게 무서웠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계속 만들고 있었지만, 하나의 방향을 밀기보다 실패했을 때 빠져나갈 길도 같이 만들고 있었다.

회사를 나오는 리스크는 감수했는데, 그 리스크를 설명해줄 결과물은 아직 없었다. 그게 제일 괴로웠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간 곳은 어디였을까

4월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물어봐야 하나 생각하며 메시지함을 뒤지던 중, 예전에 지인에게 받은 문자를 봤다.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다. 텔레그램에 올린 글을 보고 보낸 연락이었다.

그 글은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고, 지인과 나눈 대화를 덧붙여 올린 글이었다.

“너가 공유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의 인생에게는 큰 전환점이 된다”

그 문자를 보고, 그는 오랜만에 과거에 쓴 글들을 다시 읽었다. 몇 년 전 왜 그 채널을 시작했는지, 어떤 글에 사람들이 반응했는지, 그리고 자신은 원래 무엇을 오래 해왔는지.

Anecdote:

“계속 밖에서 답을 찾으려던 시간이 지나고, 결국 다시 돌아간 곳은 어디였나요?”

Guest:

“오랜만에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 읽어봤어요. 이 채널을 왜 시작했는지도 다시 생각했고요.

처음에는 그냥 블록체인 업계에서 보고 들은 걸 기록하려고 만든 채널이었어요. 구독자도 10명쯤이었고요.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아서 여기저기 직접 공유하고, 인스타그램에도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어요.

그때 거창한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자는 동안에도 제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소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인생이 조금 더 생산적이었으면 했던 거죠.

그런데 몇 년 지나고 보니까 이상하게 제일 오래 반응이 남은 글은 블록체인 정보가 아니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과 나눈 일화나 인사이트를 쓴 글들이었어요.

조회수가 항상 제일 높은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댓글, 좋아요, 개인적인 공유는 훨씬 많았어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완전히 새로운 걸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오래 해왔고 사람들이 실제로 반응했던 걸 더 깊게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왜 일화에 반응할까

사람들이 반응한 글은 대개 정보 정리보다 사람의 선택이 드러나는 글이었다. 누가 왜 회사를 나왔는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같은 이야기들.

그래서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그런 일화에 시간을 쓰는 걸까. 그리고 그 반응이 하나의 미디어가 될 수 있을까.

Anecdote:

“사람들이 왜 그런 글에 반응했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그 반응이 하나의 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Guest:

“모두가 그런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여행, 미식, 쇼핑 콘텐츠를 보잖아요.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소비하고, 언젠가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목표를 만들기도 하고요.

일화도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군가의 선택, 실패, 집착, 기준은 다른 사람에게 미리 살아보는 시간이 되는 거죠.

제 주변에는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창업한 사람도 있고, 회사에 다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앞을 보는 사람도 있고요.

그들이 가진 이야기는 분명 강력해요. 하지만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콘텐츠의 형태로 포장해 유통하는 일은 유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만 곧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해달라’고 말하는 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관계를 쓰는 것에 가깝잖아요. 상대에게도 인터뷰에 응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6월에는 상하이, 싱가포르, 선전, 홍콩에 가보려고요. 창업자, 빌더, 투자자,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볼 생각이에요. 컨퍼런스가 있는 도시도 있고, 없는 도시도 있어요. 소개를 받든, 현장에서 말을 걸든, 일단 만나보려고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제가 제일 오래 해온 방식으로 써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요.

적어도 그 과정에서 건져온 이야기들이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 해달라고 요청할 염치가 생기지 않을까 하네요”

이게 사업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콘텐츠가 된다는 것과 사업이 된다는 것은 다르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시대에, 이런 일화에도 금전적 가치가 있을까?

Anecdote:

“사람들의 일화를 전하는 미디어가 정말 사업이 될 수 있을까요? 된다면 그 가치는 어디에서 생기고, 천장은 어디까지라고 보나요?”

Guest:

“사업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천장이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미디어와 유통 채널은 디지털 세계의 부동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현실의 부동산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잖아요. 좋은 입지란 결국 좋은 사람들의 흐름이죠. 디지털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중요한 건 단순 조회수가 아니에요. 누가 보느냐가 중요하죠.

이런 일화를 소비하는 사람의 수는 대중 콘텐츠보다 적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높은 구매력과 행동력,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가치가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그런데 적어도 이 방향이 제가 오래 해왔고, 실제로 반응을 봤고, 앞으로 더 깊게 해볼 만한 일이라는 건 조금 선명해졌어요.”

그럼 이 3개월은 실패였을까

대화를 마치기 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겉으로 보면 지난 3개월은 비효율적인 시간이었다. 제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도 트랙션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AI로 돈을 벌려는 시도도 명확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았다. 불안했고, 조급했고, 판단도 흐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이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았다.

Anecdote:

“고통스러웠고 비효율적이었던 이 시간을, 그래도 실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Guest:

“고통스러웠고, 비효율적이었고, 아웃풋은 부족했어요. 사실 3개월 직전까지는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닌거 같아요.

그 시간 덕분에 다시 본질로 돌아왔으니까요.

제가 잘하는 것. 오래 해온 것. 사람들이 실제로 반응했던 것. 그리고 앞으로 더 해볼만한 것.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의 선택과 실패와 기준을 듣고, 그것을 제 방식으로 전하는 행위가 돈이 될지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인생이 “가치”있게 해주는 일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아마 만약 새 직장을 다시 찾더라도 그 직장은 저에게 앞으로 살면서 이런 일을 더 잘하게 해주는 레버리지가 아닐까 해요.”

마치며

이 인터뷰는 한 사람이 회사를 나와 여러 방향으로 흔들리다가, 결국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방향을 잃은 사람.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내가 쌓아온 것들이 의미 없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 더 많이 움직이지만, 한 방향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

나는 왜 이 마라톤을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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