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l을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그는 아시아에서 유명한 프리미엄 오리를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를 통해서 하나의 브랜 왜 더 비싼 제품이 팔리는지, 왜 유통사가 팔기 어려운지, 왜 같은 오리라도 고객군이 완전히 달라지는지 등 지금까지는 들어본적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Joel은 한 제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었다.. 품종, 지방, 셰프의 조리 방식, 배송 기간, 정부 승인, 마진. 오리 얘기인데, 계속 시장 구조가 같이 따라왔다.
나는 이런 대화가 좋다. 주제는 작아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할 게 많아지는 대화. 오리라는 단어만 보면 가볍게 들리지만, 한 제품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었다.
아일랜드산 오리는 나라가 아니라 한 농장이었다
Anecdote:
“처음엔 이 사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가 궁금했어요. 왜 하필 오리였고, 왜 아일랜드였나요?”
Joel:
“제 배경부터 말하면, 저희 가족은 싱가포르 사람들인데 저는 쿠알라룸푸르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어요. 사실 싱가포르 사람인데도 27살이 될 때까지 싱가포르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27살 때 싱가포르에 간 이유는 아버지의 사업에 합류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버지가 팔던 제품이 아일랜드산 오리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일랜드산 오리라고 할 때, 그건 아일랜드 전체의 오리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Silver Hill Farm이라는 한 농장의 오리입니다. 그 농장의 품종이 Silver Hill Duck이에요.
이 오리는 원래 베이징덕의 혈통에서 시작됐고, 이후 영국 품종 오리와 교배된 품종입니다. 그 농장이 60년 넘게 선택 교배를 하면서 식감, 지방 함량, 오리 고유의 풍미, 부드러움을 만들어냈어요. 오리를 먹을 때 사람들이 싫어하는 잡내도 훨씬 적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이 품종을 다른 농장에 판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완전히 독점적이고, 유전적으로도 다른 오리와 구분되는 품종이에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 특정 오리는 그 농장에서만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일랜드산 오리라고 말할 때,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오리’가 아니라 ‘아일랜드에 있는 한 농장의 오리’를 말하는 거예요.
재밌는 건, 아일랜드는 오리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에요. 기네스나 위스키는 떠올리지만 오리는 잘 모르죠. 그런데 런던의 중국 식당 시장에서는 이 농장이 거의 50년 동안 오리를 공급해왔습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사람들 중에는 런던에서 먹는 오리구이, 이른바 런던덕을 아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런던덕의 출처가 사실 Silver Hill Farm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싱가포르에서 광둥식 식당을 하던 친구에게 ‘런던덕의 출처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농장 몇 군데에 전화를 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농장 두 곳은 별 도움이 안 됐고, 아일랜드의 농장에서 ‘직접 와서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아버지가 날아갔고, 농장의 영업 책임자가 공항까지 직접 데리러 왔습니다. 공항까지 두 시간, 돌아오는 데 두 시간. 아버지가 당일치기였으니 그 사람은 하루에 여덟 시간을 운전한 셈이에요. 그것도 자기 생일에요.
그때 아버지가 알게 된 거죠. 런던에서 먹던 그 오리가 사실 이 농장에서 나온 거였다는 걸. 그 뒤로 아버지는 ‘이걸 싱가포르로 가져가겠다. 아시아에서 성공시키면 독점 판매권을 달라’고 했고, 2014년에 싱가포르에서 회사를 세웠습니다. 처음엔 싱가포르였고, 지금은 말레이시아, 홍콩, 그리고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5년 전쯤 아버지와 합류했고, 지금은 사실상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은 제게 싱가포르 문화와 오리 시장에 대한 속성 과외 같은 시간이었어요. 저, 아버지, 영업 책임자 세 명을 합치면 아마 세상에서 오리에 대해 우리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정말 오리만 먹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수준이에요.”
이 정도까지 들어가야 가격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은 단순히 “맛있는 오리”가 아니라, 특정 농장, 특정 품종, 런던덕이라는 기억까지 같이 붙어 있는 물건이었다.
여기서 내가 흥미로웠던 건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얼마나 구체적인 기반 위에 서 있는지였다. 보통 프리미엄이라고 하면 포장, 브랜드, 분위기 같은 걸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Joel이 말하는 프리미엄은 훨씬 더 물리적이었다. 어느 농장에서 왔는지, 어떤 품종인지, 왜 잡내가 덜한지, 왜 껍질과 지방까지 쓸 수 있는지. 멋진 말보다 먼저 제품 자체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좋은 제품이 있어도 누군가 그 출처와 맥락을 알아보고, 다른 시장으로 가져가고,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좋은 물건을 발견하는 감각”과 “그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제품을 시장으로 번역하는 일
Anecdote:
“처음 싱가포르에 가져왔을 때는 사람들이 잘 몰랐을 텐데요. 식당들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Joel:
“처음에 우리에게 있었던 이야기는 런던덕이었습니다.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은 런던덕을 알고 있었고, 사실 그게 같은 출처라는 걸 설명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작할 때는 기준이 되어줄 고객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이 제품을 쓰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우리는 한 고객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우리 제품을 기반으로 식당을 열기로 했고, 이름을 London Fat Duck이라고 지었습니다. 지금도 싱가포르에서 꽤 알아보는 브랜드예요.
물론 시장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아일랜드산 오리라는 말을 알게 됐고, 품질 차이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 도움이 된 건 아일랜드가 식품 수출을 밀어주는 나라라는 점이었어요. 아일랜드에는 식음료 수출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가 있고, 싱가포르의 아일랜드 대사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행사를 하면 대사가 와주기도 했고, 마케팅 예산도 받았고, 아일랜드 정부와 전시회나 브랜드 홍보를 같이 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재료를 가져오는 것과, 그 재료가 시장에서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Joel이 말한 초반 작업은 거의 교육에 가까웠다.
시장에 들어간다는 건 단순히 제품을 수입하고 가격표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기억을 찾고, 그 기억과 새 제품을 연결하고, 처음 써줄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기준이 되게 하는 과정이었다.
London Fat Duck 같은 첫 고객은 그래서 단순한 거래처가 아닌 이 제품이 어떤 식으로 쓰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무대였다. 누군가가 먼저 써줘야 다른 사람들이 “이게 그냥 비싼 오리가 아니라, 메뉴가 될 수 있는 재료구나”라고 보기 시작한다.
두 배 비싼 오리를 팔 때 진짜 어려운 것
Anecdote:
“품질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시장에서는 그게 바로 가격으로 연결되진 않잖아요. 현지 오리보다 거의 두 배 비싼 제품을 어떻게 팔 수 있었나요?”
Joel:
“품질을 설명하는 건 사실 쉬워요. 누구나 먹어보고 ‘이게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건 더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는 일입니다.
이 시장에서 우리 오리는 현지 오리보다 거의 두 배 비쌉니다. 예를 들어 현지 오리가 16달러라면 우리는 30달러인 식이에요. 셰프 입장에서는 식재료 원가가 거의 50%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설득해야 하는 질문은 이거예요. 왜 식재료 원가를 50% 올려야 하느냐. 이걸 썼을 때 매출이나 손님 반응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왜 써야 하느냐.
그래서 저는 단순히 ‘이 오리가 더 맛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이 오리가 메뉴를 더 좋게 만들고, 사람들이 그 메뉴를 먹으러 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오리의 다른 부위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현지 오리는 잡내가 있어서 살코기만 쓰고 지방이나 껍질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오리는 잡내가 적고 지방도 좋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 수 있어요. 어떤 식당은 다리살, 가슴살, 껍질을 최대한 살려서 내고, 오리를 구울 때 팬에 모인 지방을 따로 모아서 볶음밥을 만듭니다. 일반 식용유 대신 오리 지방을 쓰면 풍미가 달라져요. 남은 뼈나 부위로 맑은 육수를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 건 시간이 필요합니다. 셰프에게 ‘지방을 모아라’, ‘이 부위는 이렇게 써라’, ‘이 메뉴로 추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해야 해요. 그냥 제품 목록에 넣어두면 팔리는 제품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회수 논리였다. 더 비싼 재료를 쓰게 하려면, 그 재료가 메뉴 안에서 어떻게 돈을 벌어주는지까지 보여줘야 했다.
좋은 제품이면 사람들이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식당 입장에서 좋은 제품은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다. 원가가 오르면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고, 손님이 그 차이를 느껴야 하고, 주방에서는 버리는 부위가 줄어야 한다. 결국 “더 좋다”는 말은 “그래서 이걸 쓰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로 번역되어야 한다.
Joel이 말한 오리 지방 볶음밥이나 맑은 육수 이야기가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것들은 멋진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실제 주방에서 원가를 회수하는 방법이었다. 프리미엄을 설득한다는 건 취향을 설득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꽤 숫자에 가까운 일이었다.
유통사가 못 하는 일을 전담 대리인이 한다
Anecdote:
“이미 식당을 많이 아는 유통사가 있다면, 그들이 팔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전담 대리인이 따로 필요했나요?”
Joel:
“유통사의 사업 구조를 봐야 합니다. 유통사가 성장하려면 효율을 높여야 해요. 싱가포르에서 한 번 배송을 나가는 건 고정비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고객에게 배송하거나, 배송 한 번당 주문 금액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서 유통사는 제품 목록을 늘립니다. 품목 수가 수천 개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영업사원은 거래처 담당자가 됩니다. 만약 제가 식당 주인이라면, 유통사의 거래처 담당자는 제게 전체 제품 목록을 보여줄 겁니다. 제가 하나를 찾고 있어도 그들은 다른 아홉 개, 열 개를 같이 팔려고 하겠죠.
그 제품 목록 안에 아일랜드산 오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들이 상담 자리에서 이 제품에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을까요? 특히 이 제품은 현지 오리보다 두 배 비쌉니다. 거래처 담당자가 품종, 식감, 지방 함량, 품질, 조리법을 전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하면 그냥 더 저렴한 오리를 보여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전담 대리인이 필요합니다. 전담 대리인은 제품 하나에 시간을 쓰는 사람입니다. 직접 고객에게만 파는 게 아니라 유통사를 돕습니다. 상담에 같이 들어가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셰프가 ‘껍질을 어떻게 바삭하게 만들지’, ‘지방을 어떻게 다룰지’ 물어보면 대답해줘야 해요.
농장은 오리를 잘 키우는 법은 압니다. 하지만 셰프가 주방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유통사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관계망은 있지만, 제품 하나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기 어렵습니다. 저희 같은 전담 대리인이 그 사이를 메우는 거예요.”
중간에 끼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이 실제 주방에서 쓰이도록 시간을 쓰는 사람에 가까웠다. 유통사는 많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 그래서 한 제품을 오래 설명하는 순간 효율이 떨어진다. 반대로 프리미엄 제품은 설명이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이 둘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Joel의 역할은 그 빈틈을 채우는 일이었다. 제품이 유통망 안에 들어가는 것과, 실제로 셰프의 손에 들어가 메뉴가 되는 것은 다른 단계였다.
좋은 제품에도 리스크는 있었다
Anecdote:
“한 제품이 이렇게 강하면 오히려 위험하지 않나요? 공급처가 하나이고, 시장도 그 제품에 많이 의존하게 되니까요.”
Joel:
“맞아요. 저는 이 제품을 파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 매출의 80% 이상이 여기서 나옵니다. 엄청난 리스크예요. 우리는 한 공급처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격이 높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생산비는 아시아보다 더 빠르게 올라갑니다. 인건비, 사료비, 모든 비용이요. 그러면 더 비싼 가격을 계속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요.
두 번째는 시장 진입 허가입니다. 싱가포르는 거의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같은 곳은 자기 농업과 생산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있습니다. 시장 진입은 정부 간 절차가 됩니다. 아일랜드 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 사이에서 실사 일정을 잡고, 관련 기관이 농장을 확인하고, 할랄 인증도 받아야 합니다. 공장 설비를 바꿔야 할 수도 있어요. 이런 건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류도 문제입니다.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해상 운송으로 오면 두 달이 걸립니다. 그리고 조류독감이 생기면 한 나라 전체의 수출이 막힐 수 있어요. 아일랜드에서 조류독감 문제가 생기면 아시아로 수출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장은 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위해 냉동 보관 능력을 50-60% 늘리는 큰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공급이 한 나라에 묶여 있다는 점이 계속 리스크로 남습니다.”
이 부분을 들으면서 좋은 제품을 독점적으로 가져오는 일이 양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점성은 분명 강점이다.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 할 수 없고, 그 자체로 이야기거리가 된다. 그런데 동시에 그 독점성은 의존이 된다. 농장이 하나이고, 국가가 하나이고, 운송 경로가 하나이면,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할 길도 좁아진다.
그래서 Joel의 이야기는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좋은 제품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 동시에 그 제품 하나에 얼마나 묶이지 않을 것인가.
Anecdote:
“그 리스크를 보면서 사업 구조도 바뀌었나요?”
Joel:
“예전에는 직접 유통까지 했지만, 지금은 전담 대리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는 제품 지식으로 고객을 돕고, 유통사와 같이 움직입니다.
매출은 크게 줄었습니다. 예전보다 80% 정도 줄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고, 인력도 줄이고, 훨씬 가볍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이 좋습니다. 더 가볍고, 우리가 실제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분명해졌으니까요.”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역할은 더 선명해졌다. Joel이 계속 말하던 “우리가 아는 것”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한 셈이었다.
나는 이 답이 꽤 현실적으로 좋았다. 보통 사업 이야기는 매출이 커지는 방향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어떤 순간에는 작아지는 것이 더 나은 구조일 수도 있다. 직접 유통까지 하던 회사가 전담 대리 역할로 바뀌면 겉으로 보이는 규모는 줄어든다. 하지만 그 대신 무엇을 잘하는지 더 또렷해진다.
Joel에게 남은 것은 제품 지식, 셰프와의 대화, 유통사를 도울 수 있는 실전 감각이었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자신들이 정말 잘하는 부분을 더 정확히 잡은 셈이다.
시장은 고급 식당만이 아니었다
Anecdote:
“그럼 다음 기회는 어디서 보였나요? 더 비싼 오리, 더 프리미엄한 제품이었나요?”
Joel:
“사업 조언을 해준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장 쉬운 건 같은 제품, 혹은 비슷한 제품을 가지고 다른 고객군을 보는 거라고요.
그래서 저는 식당 시장을 다섯 단계로 나눠봤습니다. 5단계는 파인다이닝입니다. 4단계는 호텔이나 고급 식당. 3단계는 체인, 카페, 일반 식당. 2단계는 실내 푸드코트. 1단계는 노점이나 호커입니다.
아일랜드산 오리는 3단계 이상에는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2단계나 1단계에는 맞지 않습니다. 푸드코트가 그 가격을 내고 싶어도, 브랜드와 위치상 우리가 팔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문제는 시장 크기였습니다. 제가 조사해보니 싱가포르에서 5단계부터 3단계까지는 등록된 업장 기준으로 약 15% 정도였습니다. 푸드코트, 커피숍 같은 곳이 거의 80%를 차지했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왜 다른 오리로 가지 않지? 우리는 프리미엄 오리를 판 것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프리미엄 오리 시장을 사실상 우리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제품으로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다음 기회는 더 비싼 제품이 아니라, 더 넓은 고객군에서 나왔다. Joel은 “좋은 제품을 더 많이 팔자”에서 멈추지 않았다. 어디까지 이 제품이 맞고, 어디서부터는 맞지 않는지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 선을 그었기 때문에 다음 기회가 보였다.
많은 경우에 사업은 더 잘하는 것보다, 더 정확히 나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고급 식당에는 아일랜드산 오리가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푸드코트나 작은 식당에는 다른 답이 필요하다. 그걸 인정해야 다음 제품이 보인다. Joel이 중국산 조리 오리를 보기 시작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다음 기회는 중국산 조리 오리에서 왔다
Anecdote:
“그 다른 제품이 중국산 조리 오리였나요? 왜 그게 기회라고 봤어요?”
Joel:
“맞아요. 중국산 조리 오리였습니다. 오리구이, 훈제 오리, 조림 오리 같은 제품을 공장에서 식당에 내도 되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시장이 열립니다.
예를 들어 에어프라이어에 몇 분만 넣으면 나오는 제품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는 노동력을 줄이는 해법입니다. 요즘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오리구이를 제대로 하려면 오리 굽는 전문 셰프가 필요합니다. 그건 일반 셰프보다 더 비쌀 수 있어요. 그런데 공장에서 품질을 맞춰서 보내줄 수 있다면, 그런 전문 셰프가 없어도 됩니다.
그러면 판매처도 달라집니다. 원래 오리구이는 생오리를 사서 주방에서 구워야 하는 곳에만 팔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리된 오리라면 공항 라운지, 연회, 케이터링, 작은 주방을 가진 곳에도 팔 수 있어요. 공항 라운지를 생각해보세요. 주방은 작고, 메뉴는 계속 바꿔야 하고, 대부분은 데워서 내는 방식입니다. 그런 곳에서 오리구이를 직접 만들 셰프를 고용할까요? 쉽지 않습니다. 조리된 오리라면 선택지가 생깁니다.
이 제품이 들어갈 곳은 대중 시장입니다. 그런데 품질은 고급 제품에 가깝고, 가격은 대중적인 가격입니다.
왜 그게 가능하냐면 중국의 규모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1년에 약 650만 마리의 오리를 소비합니다. 인구도 650만 명 정도니까 거의 1인당 1마리죠. 싱가포르는 1인당 오리 소비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1위는 중국입니다.
아일랜드 농장은 1년에 약 400만 마리의 오리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한 농장은 일주일에 100만 마리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전체는 1년에 22억 마리의 오리를 소비합니다. 규모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중국은 오리 부위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거의 유일한 시장입니다. 머리, 목, 날개 같은 부위를 간식처럼 먹습니다. 제 전 여자친구가 중국인이었는데, TV를 보면서 오리 머리 간식 팩을 먹곤 했어요. 반면 아일랜드에서는 오리 목 같은 부위가 반려동물 사료로 갑니다. 제가 사료 공장에 가서 Silver Hill의 오리 목이 사료로 팔리는 것도 봤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부위를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으면 살코기의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장 입장에서는 동물 전체를 팔아야 합니다. 어떤 부위가 비싸게 팔리면 다른 부위의 원가 구조가 달라집니다. 중국은 오리 부위에 시장이 있기 때문에 살코기를 더 낮은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보통은 제품을 더 많이 가공할수록 가격이 올라가죠. 그런데 이 중국산 오리에서는 반 마리나 오리 가슴살처럼 더 가공된 제품을 팔 때 마진이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객은 누군가가 오리를 자르고 준비해주는 것에도 가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오리를 자르는 건 기술이고 시간이 드니까요.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아일랜드산 오리 사업은 12년 동안 만들었고, 정점일 때 싱가포르에서 한 달에 컨테이너 두 개, 1년에 24개 정도였습니다. 총마진은 대략 25%였고요. 그런데 중국산 오리는 첫해에 거의 자연스럽게 컨테이너 7개가 나갔습니다. 12년 동안 만든 아일랜드산 오리 사업의 30% 정도를 첫해에 한 겁니다. 그리고 어떤 품목은 마진이 50%까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식당에 파는 중국산 오리 가슴살은 2.50달러입니다. 제 마진이 50%니까 원가는 1.25달러예요. 비교해보면 아일랜드산 오리 가슴살은 훨씬 비싸고, 훈제 아일랜드산 오리 가슴살은 더 비쌉니다. 공장에서 생산한 오리구이도 미국이나 아일랜드 쪽에서는 5달러 정도인데, 중국에서는 1.50달러 수준입니다. 아일랜드산 오리가 최고 품질인 건 맞지만, 이 제품이 80%의 품질을 20%의 가격에 줄 수 있다면 많은 운영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생오리를 가져올 수는 없고 조리된 오리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5년, 10년 뒤에는 생오리 수출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전에 자리를 잡고 싶습니다. 나중에 모두가 들어오기 전에 초기 공급선을 잡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왜 식품 사업이었을까
Anecdote:
“개인적으로는 왜 식품 사업이었나요? 처음부터 이 길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Joel: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저는 음식을 좋아했고, 집에서도 요리하고, 가족도 음식을 좋아했어요. 비싼 음식이 아니라 그냥 음식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친구가 제게 ‘너는 음식을 좋아하고 사업을 하고 싶어 하잖아. 그럼 식품 사업을 해보면 되지 않냐’고 했습니다. 웃긴 건, 제가 대학과 고등교육 과정에 6년 정도 있었는데도 음식이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거예요. 저는 음식을 취미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 말레이시아 식품 박람회에 갔습니다. 농장에 대해 빠르게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제품을 팔게 됐어요. 아일랜드산 오리 박람회를 할 때는 오븐을 가져오고, 전용 냉장고를 가져오고, 현장에서 오리를 구워서 사람들이 먹어보게 합니다. 줄이 길게 생겼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때 저에 대해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 번째, 저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에너지를 얻습니다. 두 번째, 제가 애정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잘 팔 수 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 저는 식품 사업을 하고 싶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식품 업계가 좋은 이유는 사람들이 애정을 갖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야기하기 쉽습니다. 음식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사업 이야기는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기 쉽습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합니다. 음식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좋은 방식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도 식품을 계속 팔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건 균형입니다. 성공적인 사업을 만들고 싶지만, 제 인생을 전부 일에만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계속 식품 사업을 만들고, 동시에 가족과 제 파트너에게 시간을 쓰고 싶습니다.”
Joel에게 음식은 취미에서 시작했지만, 사업이 되려면 다른 질문이 필요했다. 누가 더 비싼 가격을 낼 수 있는지. 누가 시간을 아끼고 싶어 하는지. 어떤 부위가 다른 나라에서는 버려지는데, 어떤 나라에서는 돈이 되는지.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좋다. 처음엔 한 사람의 직업이나 제품에 대해 묻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드러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Joel에게 음식은 단순히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었고, 시장을 읽는 창이었고, 자신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인터뷰는 오리 이야기로 시작해서, 꽤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로 끝났다. 작은 제품을 깊게 알면, 그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는 시장이 보일 수 있다. Joel은 그걸 오리로 하고 있었다.

